산행기

이틀내내 눈보라와 싸우며 눈길을 헤치며 종주한 지리산

산이야 2011. 2. 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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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11. 01. 29 ~ 01. 31

◈ 동      행 : 영섭, 흥식

◈ 산행코스 : 성삼재 ~ 세석대피소 ~ 천왕봉 ~ 중산리

◈ 산행시간 : 15시간50분

   04:52 성삼재       05:36 노고단대피소       07:22 노루목       07:40 삼도봉

   08:34 토끼봉       09:42 연하천대피소(휴식 후 10:55출발)

   12:18 벽소령대피소(20분간 휴식)             13:26 선비샘      15:05 세석대피소(1박)

   04:40 세석 출발   06:32 장터목대피소      07:38 천왕봉        08:54 로타리대피소

   10:17 중산리 탐방지원센타

◈ 교통편 : 갈 때 - 수원역(23:15)~구례구역(03:18)/20,000원, 성삼재까지 택시   

                (35,000원)

                올 때 - 중산리~진주버스터미널(5,500원)~고속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

                           진주고속버스터미널~성남야탑버스터미널(우등고속, 27,300원)

 

◈ 산행이야기

   계획을 쉽게하고 산행도 쉽게 생각하는 지리산!

이번에도 겨울 종주를 무리하게 성삼재~대원사 코스로 계획하고 산행에 나섬.

모란에서 수원역 가는 2007번 버스에 올라 40여분만에 수원역 도착. 소주 한잔해야

잠이 온다는 내 성화에 못이겨 햄버거 사들고 탑승.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팩소주 하나 꺼내

흥이와 주거니 받거니 햄버거를 안주삼아 한잔 하고 선잠을 취했다. 잠결에 방송을 들으니

기관차가 고장나서 시간이 지연된다고 한다. 구례구역 도착 예정시간이 03:18 이었는데 20여분

넘게 지연되었다. 인근 식당에 들어섰는데 우리가 밥을 다 먹을때까지 택시 기사가 기다리고

 있기에 택시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이동하였는데 이동중에 지리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화장실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속에서 눈길위에 난 발자욱만 따라 간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에 여러 산객들이 어우러져 이른 아침을 먹고 있다. 우린 지나쳐 오른다.

노고단도 어둠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진행하여 작은 봉우리 오르는데 5개 정도의

불빛이 움직이지 않기에 다른사람을 기다리나보다 했다. 이사람들을 지나쳐 갔는데 이게 웬일!

갑자기 등로가 사라져 버렸다. 에고야~~ 이 사람들이 가지 않고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ㅋㅋㅋ

서로 합심하여 등로를 찿기 시작하였고 한참만에 영섭이가 찿아냈다. 임걸령 샘터는 얼어 있어

더 이상의 샘물이 아니었다. 화개재 내려서는 악몽의 나무계단도 눈으로 인해 별 무리없이 진행하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토끼봉까지의 오름이 시작되면서 다리가 천근만근 이었으며 호흡도 고르지 못했다.

게다가 바람은 어찌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수시로 눈보라를 만들어대며 산행을 방해하였다.

8시가 넘으면서 배에서 꼬륵꼬륵 신호가 오기 시작하였다. 계획으론 연하천에서 간식으로 떼우고

벽소령에서 점심식사 하기로 하였는데 도저히 안되겠기에 연하천에서 쉬었다. 이곳엔 다행히 물이

있었다. 1시간여를 쉬며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긴 했지만 덜 말라 그냥 입어야 했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또 세찬 바람이 불어대기에 땀을 내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15시경 세석 도착

하였으나 체력 고갈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세석에서 1박 하기로 결정하고 마음 편안하게

쉬고 있으니 잠자리 예약 하라기에 얼른 잠자리부터 챙기고 이른 저녁을 챙겨 먹었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

와이프한테 1근반만 사라고 했더니 2근이나 사서 진공포장하여 어쩔수 없이 다 챙겨왔다. 그런데 남을거

같았던 삼겹살이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셋이서 2근(1.2kg)을 다 헤치워 버리다니...

정말 잘 먹는다. 배도 부르고 한잔 술에 취기가 올라 잠이 쏟아진다. 일찌감치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4시라며 흥식이가 깨운다. 얼른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 챙겨먹고 산행에 나섰다. 눈이 내려 쌓여 있었고

바람은 여전히 우릴 삼킬 듯 세차게 불어댔다. 다시 또 눈보라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촛대봉을 올랐는데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사람(1인)이 진행을 안하고 서있다. 이유인즉 길을 찿지 못한 것이다. 촛대봉을

내려섯는데 이곳저곳 발자욱은 있는데 등로가 아니다. 다시 영섭이가 등로를 찿아 진행하였다. 겨울산행

이래서 길을 잃는가 보다. 바람이 있는 능선은 여지없이 눈을 날라다 쌓아 놓아 등로가 끊어져 있었다.

다른 곳은 리본이라도 많이 붙어 있을텐데 이곳은 워낙 사람이 많이 찿아서인지 리본 찿아 보기가 어렵다.

겨울산행은 절대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장터목에 도착 하니 저 먼 하늘이 뻘겋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부지런히 올라 일출을 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다리가 따라 주질 않는다. 결국 통천문

지나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래도 통천문에서부터 펼쳐진 눈꽃이 장관이었고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었다.

   우리의 계획대로 대원사 쪽으로 하산하는데 조금 내려가자마자 눈이 쌓여 있고 러셀이 되지 않아 이곳을

포기하고 중산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천왕봉 바로 아래 계단을 내려서자 급경사의 슬로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엉금엉금. 그런데 갑자기 한사람이 뒤로 자빠지며 앉은 상태로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다행히

엉덩썰매 자세가 되어 요리조리 팔로 중심잡으며 무사히 멈춰섰다. 우리도 엉금엉금 조심하며 난구간을

무사히 지나갔고 이후 무리없이 편안하게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밑에 내려서니 온화한 기운이 감돌며 봄이

금새라도 찿아올 듯한 느낌이었다.

◈ 지리산 풍경